종루의 깨진 종으로 대포를 부어 만들기를 청하는 계請以鍾樓破鍾鑄大砲。啓
징비록 권5 근폭집 임진왜란이 끝난 뒤 영의정 류성룡이 제 눈으로 본 것을 적어 남긴 기록. 「지난 일을 징계하여 뒷근심을 삼간다」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다.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조정이 무엇을 놓쳤는지를 변명 없이 적었다. 이순신을 천거한 일, 명나라 군사와의 실랑이, 백성이 겪은 참상이 그대로 실렸다.
戰守之具火器爲最至於守城防灘則又必以大砲爲之近日外方往往有造設砲樓之處江華亦於臨海岸上設爲砲墻但火砲未能猝備每每求索於京中而軍器寺所造不敷不能分送若無器械則炮樓亦皆無用之具京外鍮鐵絕乏雖欲鑄成而無路前日鍾樓破鍾埋在土中留之無用且以事勢輕重緩急言之鑄砲急於鑄鍾請以此破鐵及時鑄成大砲分送諸處何如
싸우고 지키는 기구로는 화기가 으뜸이요, 성을 지키고 여울을 막는 데는 또 반드시 대포로 합니다. 요사이 지방에 이따금 포루를 세운 곳이 있고, 강화(江華)에서도 바다에 임한 언덕 위에 포를 쏘는 담을 쌓았습니다.
다만 화포는 갑자기 갖출 수 없어 늘 서울에서 구하는데, 군기시에서 만든 것이 넉넉지 못하여 나누어 보내지 못합니다. 병기가 없으면 포루도 모두 쓸데없는 기구가 됩니다. 서울과 지방에 놋쇠가 아주 모자라 부어 만들려 하여도 길이 없습니다.
지난날 종루의 깨진 종이 흙 속에 묻힌 채 두어도 쓸데없고, 또 일의 가볍고 무거움과 급하고 느림으로 말하면 대포를 붓는 일이 종을 붓는 일보다 급합니다. 이 깨진 쇠로 때맞추어 대포를 부어 만들어 여러 곳에 나누어 보내게 함이 어떠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