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징비록 › 권7 진사록

학전과 절의 위전, 해택전의 세를 거두어 군량에 보태고 또 화차를 많이 만들어 싸움에 대비하기를 청한 장계請收學田寺位海澤田稅以補軍餉且多造火車以備戰用狀

징비록 懲毖錄 · 류성룡(柳成龍) · 1633년 간행 (임진왜란 뒤 지음) · 단락 1 · 한자 554자 · 낭독 5분

징비록 권7 진사록 임진왜란이 끝난 뒤 영의정 류성룡이 제 눈으로 본 것을 적어 남긴 기록. 「지난 일을 징계하여 뒷근심을 삼간다」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다.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조정이 무엇을 놓쳤는지를 변명 없이 적었다. 이순신을 천거한 일, 명나라 군사와의 실랑이, 백성이 겪은 참상이 그대로 실렸다.

臣觀今日之勢一向危迫所恃者惟唐兵而唐兵之來又無期限看其唐將處置未必不出於講解之計狡猾倭奴非可以約誓戢其凶鋒且天時已寒士卒暴露凍餒銳氣先衰萬一賊聚類西下事極寒心。朝廷請兵之後及沈遊擊渡江後未知消息如何日夜憂慮糧餉則前日所備粗可以支給萬兵若三四萬出來則亦不可以此繼餉似當別樣措置更備二三萬兵之食然後可無匱乏之憂而郡邑倉庫一樣蕩竭無計推移道內學田書院諸寺位田及諸宮折受海澤田等今年姑令各官推尋收入可得數千餘石可補一隅之用亦令該司急速商量施行且兵家之要莫先於精利器械我國惟恃弓矢數百步之外不能禦鐵丸數步之內不能敵短兵以故動輒敗北其勢然也近日唐將往來時亦言我軍全無器械爲之恠歎云其實我國非無器械持有之而不用耳臣竊觀火車之制極爲便利誠制勝之妙器而安州所在只二十兩寧邊則但二兩而古制頗不適宜臣略加增損修繕運轉甚易每車戰勝字銃筩十五箇試令合放則亂丸如雨聲振山野所當之處人不得立若加造百餘兩四面排陣間以射手徐行直進則賊兵雖多似難來犯此意臣已通於都元帥巡察使其意亦欲用之故臣時方聚會匠人修造而但車數不足聞義州所儲火車其數最多急時收出一依新樣造作勝字銃筩如不足則以宙吳字皮翎箭相問編之亦可用也臣聞有蘇忠漢者頗解此術而時在義州又火炮匠金繼守等以京破陣軍亦在義州云急速發送軍前以備戰用允爲便益臣職事之外不當瀆陳而事係悶迫敢此妄發惶恐無地

신이 오늘의 형세를 보니 갈수록 위태롭고 급합니다. 믿을 것은 오직 명나라 군사뿐인데, 명나라 군사가 오는 것은 또 기한이 없습니다. 명나라 장수의 처사를 보면 아마 화해를 꾀하는 데서 나온 듯합니다. 교활한 왜놈은 약속과 맹세로 그 흉한 칼끝을 거둘 수 있는 자들이 아닙니다.

게다가 날이 이미 차가워 군사들이 한데서 얼고 주려 날카로운 기운이 먼저 쇠하였습니다. 만일 적이 무리를 모아 서쪽으로 내려오면 일이 몹시 한심합니다. 조정에서 군사를 청한 뒤와 심 유격(沈遊擊)이 강을 건넌 뒤로 소식이 어떠한지 알지 못하여 밤낮으로 걱정합니다.

군량은 전날 마련해 둔 것으로 대충 만 명의 군사에게 대어 줄 만합니다. 만일 삼사만이 나오면 이것으로는 군량을 이어 댈 수 없습니다. 따로 조처하여 다시 이삼만 군사의 먹을 것을 마련한 뒤에야 모자랄 근심이 없겠습니다. 그런데 고을의 창고는 한결같이 텅 비어 옮겨 쓸 길이 없습니다.

도 안의 학전(學田)과 서원, 여러 절의 위전(位田), 그리고 여러 궁가에서 떼어 받은 해택전(海澤田) 들을 올해는 우선 각 고을로 하여금 찾아내어 거두어들이게 하면 수천여 섬을 얻어 한 모퉁이의 쓰임에 보탤 수 있습니다. 또한 맡은 관아로 하여금 급히 헤아려 시행하게 하소서.

또 군사 일의 요긴함은 병기를 정하고 날카롭게 하는 것보다 앞서는 것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오직 활과 살만 믿습니다. 몇백 걸음 밖에서는 철환을 막지 못하고, 몇 걸음 안에서는 짧은 병기를 당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걸핏하면 무너지니 그 형세가 그러합니다. 요사이 명나라 장수가 오갈 때에도 우리 군사가 병기가 전혀 없다고 말하며 괴이하게 여겨 탄식하였다 합니다. 실상 우리나라에 병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으면서 쓰지 않을 뿐입니다.

신이 가만히 화차(火車)의 제도를 보니 매우 편하고 이로워 참으로 이기게 하는 묘한 기구입니다. 그런데 안주(安州)에 있는 것은 스무 대뿐이고 영변(寧邊)에는 두 대뿐이며, 옛 제도가 자못 마땅하지 않았습니다. 신이 조금 더하고 덜어 고치니 굴려 옮기기가 매우 쉽습니다. 수레마다 승자총통(勝字銃筒) 열다섯 개를 싣고 시험 삼아 한꺼번에 놓게 하니 어지러운 탄환이 비 오듯 하고 소리가 산과 들을 울려, 맞닥뜨린 곳에는 사람이 서 있지 못합니다.

만일 백여 대를 더 만들어 사면으로 진을 벌이고 그 사이에 활 쏘는 군사를 두어 천천히 곧장 나아가면, 적병이 비록 많아도 와서 범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이 뜻을 신이 이미 도원수와 순찰사에게 알렸더니 그 뜻도 또한 쓰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신이 지금 장인을 모아 만들고 있으나 다만 수레 수가 모자랍니다.

들으니 의주(義州)에 쌓아 둔 화차가 그 수가 가장 많다 합니다. 급히 거두어 내어 한결같이 새 모양대로 만들게 하소서. 승자총통이 모자라면 우자(宇字)·주자(宙字) 총통에 가죽 깃 화살을 서로 사이사이 끼워 엮어도 쓸 만합니다.

신이 들으니 소충한(蘇忠漢)이라는 자가 이 재주를 자못 알며 지금 의주에 있다 합니다. 또 화포장 김계수(金繼守) 들이 서울 파진군(破陣軍)으로 역시 의주에 있다 합니다. 급히 군영으로 보내어 싸움에 쓰게 하시면 참으로 편하고 이로울 것입니다.

신의 맡은 일 밖이라 마땅히 번거롭게 아뢸 것이 아니오나, 일이 답답하고 급한 데 매인지라 감히 이렇게 망령되이 말씀드리니 황공하기 그지없습니다.

협주 1

壬辰九月十四日

임진년 구월 열나흗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