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을 고쳐 쌓고 들을 비워 들어가 지키게 하며 또 바닷가 여러 고을의 곡식을 선천 목미도로 옮겨 두어 뜻밖의 일에 대비하기를 청한 장계請修葺山城淸野入保且移置海邊列邑之糓於宣川木彌島以備不虞狀
臣前於狀。啓略達山城之事蓋出於不得已蓋賊兵千里遠來已經半年豈能自爲齎糧其實皆因糧於我耳設使平壤無積粟雖有百丈之城賊安得以堅據乎今賊兵久不出自秋深始有合類西下之狀安知其兇計又欲待我秋糓已收公私蓄積粗實然後更爲鼓行之謀乎兵家禦賊之䇿必以淸野爲上而我國不知出此傳聞京畿等地滿野禾穀盡輸於賊處處皆然而平壤四面數十里內已熟之糓皆未收穫賊逐日掠取者不知其幾肆意滿載而去設使村民離散不時收入而軍民猶可設伏於賊路合力刈取則其爲齎盜不至如是之甚誠可痛惜然此猶其小小者耳各官距平壤至近之地如順安肅川及三縣安州以北時方督捧還上稍稍皆入於官庫而求其捍禦保守之具則無一處可恃萬一不幸而又有意外之變如前日之爲則是使賊氣愈飽而長驅之勢更不可止極爲寒心臣之愚意急擇道內山城堅固處聚本邑及近邑之糓與其人民別定驍將爲堅守之計其無城子處亦當移糓近海或於海島可藏處姑作假庫儲糓而臨時取用旣備不虞之患且困賊勢此今日至急之務也臣聞宣川木彌島距陸不甚遠島內廣濶且有山寺云若使此島在南方則當設鎭守之而特西方不備海道故但爲牧場如海邊各處之糓亦當移置此處有急則使民入保賊退則以舟輸出可以兩便竊念今日事勢危迫如此苟有一端可行之策皆當急急行之不可以事勢已急而莫爲之所故不憚煩複至於屢瀆惶恐無地
신이 앞서 장계에서 산성의 일을 대강 아뢰었으니, 이는 그만둘 수 없는 데서 나온 것입니다. 대개 적병이 천 리 먼 길을 와서 이미 반년을 지냈으니 어찌 스스로 양식을 지고 왔겠습니까. 실상 다 우리에게서 양식을 얻었을 뿐입니다. 설사 평양에 쌓인 곡식이 없었던들 비록 백 길 되는 성이 있은들 적이 어찌 굳게 웅거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제 적병이 오래 나오지 않다가 가을이 깊어서야 비로소 무리를 모아 서쪽으로 내려올 낌새가 있습니다. 그 흉한 꾀가 또한 우리 가을 곡식이 다 거두어지고 공사의 쌓임이 조금 실해지기를 기다린 뒤에 다시 북을 울리며 나아갈 셈인지 어찌 알겠습니까.
적을 막는 계책은 반드시 들을 비우는 것을 으뜸으로 삼는데, 우리나라는 이렇게 할 줄을 모릅니다. 전하여 들으니 경기 등지는 들에 가득한 곡식을 다 적에게 실어다 주었고 곳곳이 다 그러하다 합니다. 평양 사면 수십 리 안에 익은 곡식을 다 거두지 못하여 적이 날마다 노략해 가는 것이 얼마인지 모르며, 마음대로 가득 싣고 갑니다. 설사 마을 백성이 흩어져 때맞추어 거두어들이지 못하더라도, 군사와 백성이 그래도 적이 다니는 길에 복병을 두고 힘을 모아 베어 거둘 수 있었다면 도둑에게 양식을 대어 주는 것이 이처럼 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니 참으로 애석합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작은 일입니다. 평양에서 아주 가까운 순안(順安)·숙천(肅川)과 세 고을, 그리고 안주 북쪽 각 고을이 지금 바야흐로 환자(還上)를 다그쳐 거두어 차츰 다 관가 창고로 들어가는데, 그것을 막아 지킬 채비를 찾아보면 한 곳도 믿을 만한 데가 없습니다. 만일 불행히 또 뜻밖의 변이 전날처럼 있게 되면, 이는 적의 기세를 더욱 배부르게 하여 멀리 몰아치는 형세를 다시 막을 수 없게 하는 것이니 몹시 한심합니다.
신의 어리석은 뜻으로는, 급히 도 안의 산성 가운데 굳은 곳을 가려 본 고을과 가까운 고을의 곡식과 그 백성을 모으고 날랜 장수를 따로 정하여 굳게 지킬 계책을 삼으며, 성이 없는 곳은 또한 마땅히 곡식을 바다 가까이로 옮기거나 바다 섬의 감출 만한 곳에 우선 임시 창고를 지어 곡식을 두었다가 때에 임하여 가져다 쓰게 하는 것입니다. 이미 뜻밖의 근심에 대비하고 또 적의 형세를 곤하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오늘의 지극히 급한 일입니다.
신이 들으니 선천(宣川) 목미도(木彌島)는 뭍에서 그리 멀지 않고 섬 안이 넓으며 또 산에 절이 있다 합니다. 만일 이 섬이 남쪽에 있었다면 마땅히 진을 두어 지켰을 것인데, 다만 서쪽은 바닷길을 갖추지 않은 까닭에 그저 목장으로 삼았을 뿐입니다. 바닷가 각처의 곡식을 또한 마땅히 이곳으로 옮겨 두었다가, 급하면 백성을 들여보내 지키게 하고 적이 물러가면 배로 실어 내면 두 가지가 다 편하겠습니다.
가만히 생각하니 오늘의 일 형세가 이처럼 위태롭고 급박하니, 진실로 한 가지라도 행할 만한 계책이 있으면 다 급급히 행할 것이요, 일이 이미 급하다 하여 손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그러므로 번거롭게 거듭 아뢰기를 꺼리지 않았으니, 여러 번 번거롭게 한 데 이르러 황공하기 그지없습니다.
협주 1
壬辰九月
임진년 구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