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치는 기밀한 일을 조목조목 벌여 아뢴 장계條陳討賊機務狀
今日事勢日向危迫在我束手無策只望。天兵之來救萬一。天兵不時來到而賊勢猖獗則將何以待之况天時已寒糧糓將盡四方奔竄山谷之民日就屠戮幾無孑遺誠可哀痛臣竊觀倭奴非眞有必不可敵之勢只是我國將帥乏人士卒恇刼臨陣不能力戰望風先遁以至於此耳臣謹以鄙見條列事宜于後
오늘 일의 형세가 날로 위태롭고 급박해지는데 우리에게는 손을 묶은 채 계책이 없어, 다만 명나라 군사가 와서 구해 주기만 바랄 뿐입니다. 만일 명나라 군사가 제때 이르지 않고 적의 형세가 사나워지면 장차 무엇으로 막겠습니까. 하물며 날씨는 이미 차고 양식은 장차 다하려 하며, 사방으로 산골에 달아나 숨은 백성이 날마다 도륙을 당하여 거의 남은 이가 없으니 참으로 슬프고 아픕니다.
신이 가만히 보건대 왜놈이 참으로 반드시 당해 낼 수 없는 형세를 지닌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나라에 장수 될 사람이 모자라고 군사가 겁내어, 진에 임하여 힘껏 싸우지 못하고 적의 기세만 보고도 먼저 달아나 이에 이르렀을 뿐입니다. 신이 삼가 변변찮은 소견으로 마땅한 일을 뒤에 조목조목 벌여 적습니다.
협주 1
壬辰十月
임진년 시월
一平壤之賊若合兵西下則誠爲可憂然李鎰方統兵在平壞之東三縣兵在平壤之西金億秋等率舟師在其西南順安之師則又在北面當預定約束乘賊兵西下三面兵合攻巢穴而分遣銳卒尾擊其後使賊有所牽掣不敢肆意直下順安之師抄擇精勇從旁勦擊乘夜掩襲又多設疑兵進退合散迭出左右則可以勝賊若不然而聞賊西來散軍奔避如前日之爲則大事去矣賊兵據平壤已數月餘前月間聞在城中者甚少有可乘之機且平壤一城西北依山而我軍每往來於釜山感福之野故賊亦專備西北其時若從舟師乘夜潜入于大同江中多載火箭器械出其不意而攻之則亦一奇䇿而惜乎我軍遲疑顧望坐失機會今雖晚備舟船而賊已覺知且守唐將約束按甲不前凡用兵之道寧拙速不可巧遲遲則彼得爲計而我氣已衰故難以有功然以此知委諸將使之相機進取庶可收之桑榆
하나. 평양의 적이 만일 군사를 합하여 서쪽으로 내려오면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그러나 이일(李鎰)이 바야흐로 군사를 거느려 평양 동쪽에 있고, 세 고을 군사가 평양 서쪽에 있고, 김억추(金億秋) 들이 수군을 거느려 그 서남쪽에 있고, 순안(順安)의 군사는 또 북쪽에 있습니다. 마땅히 미리 약속을 정하여, 적병이 서쪽으로 내려오는 틈을 타 세 면의 군사가 합하여 그 소굴을 치고, 날랜 군사를 나누어 보내어 그 뒤를 물고 쳐서 적이 끌려 얽매이는 바가 있어 감히 마음대로 곧장 내려오지 못하게 하소서. 순안 군사는 정예롭고 날랜 이를 가려 곁에서 쳐부수고 밤을 타 엄습하며, 또 적을 속이는 군사를 많이 베풀어 나아가고 물러나며 모이고 흩어져 왼쪽 오른쪽으로 갈마들어 나오면 적을 이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적이 서쪽으로 온다는 말을 듣고 군사를 흩어 달아나 피하기를 전날처럼 하면 큰일이 그릅니다.
적병이 평양에 웅거한 지 이미 두어 달 남짓입니다. 지난달에는 성 안에 있는 자가 매우 적어 탈 만한 틈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또 평양 한 성은 서북쪽으로 산을 의지하였는데 우리 군사가 늘 부산(釜山)과 감복(感福)의 들로 오갔으므로 적도 오로지 서북쪽만 대비하였습니다. 그때 만일 수군을 따라 밤을 타 대동강 가운데로 몰래 들어가 불화살과 병기를 많이 싣고 뜻밖에 쳤더라면 또한 한 기이한 계책이었을 것인데, 애석하게도 우리 군사가 머뭇거리고 돌아보다가 앉은 채 기회를 잃었습니다.
이제 비록 늦게 배를 갖추었으나 적이 이미 알아챘고, 또 명나라 장수의 약속을 지키느라 군사를 멈추어 두고 나아가지 못합니다. 무릇 군사 쓰는 법은 차라리 서툴러도 빠를지언정 공교로우면서 더뎌서는 안 됩니다. 더디면 저쪽이 꾀를 낼 수 있고 우리 기운은 이미 쇠하므로 공을 세우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뜻을 여러 장수에게 알려 틈을 보아 나아가 취하게 하시면 저물녘에나마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협주 1
釜山 — 평양성 서북쪽의 들 이름이다. 동래의 부산과 다르다. ― 옮긴이
一兵家之要莫若先利器械我國與倭奴交戰較其長短倭奴之長技三鐵丸也用劒也突進也我國之長技一弓矢而已然弓矢可用於數十步間而鐵丸則數百步之外中必穿透固不相敵至於短兵相接則我軍尤不能支奔潰不暇何以得勝近日唐將往來見我軍全無器械未甞不恠歎以急備器械諄諄告我而我軍計不知所出空手待賊誠可寒心臣竊觀火車之制極爲便利誠制勝之妙器而自變生以來一未用之良可恨惜臣於安州寧邊搜出二十二兩而制度不便處略加增損修繕每車載勝字銃筩十五介若依此造作百餘兩四面結陣間以射手按部除進高低左右一靚賊兵之所向而一時俱發如風雨驟至賊兵雖千萬不敢當前射手亦依車自蔽以避鐵丸大勝於防牌請義州等處所儲火車急時收出一依安州新樣修補勝字銃筩如不足則以宇字宙字第代之令軍官押領送于軍前以備戰用
하나. 군사 일의 요긴함은 먼저 병기를 날카롭게 하는 것만 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왜놈과 싸우며 그 길고 짧음을 견주어 보면, 왜놈이 잘하는 재주는 셋이니 철환과 칼 쓰기와 곧장 내닫는 것이요, 우리나라가 잘하는 재주는 하나이니 활과 살뿐입니다. 그러나 활과 살은 수십 걸음 사이에서나 쓸 수 있고 철환은 몇백 걸음 밖에서도 맞으면 반드시 뚫으니, 진실로 서로 맞설 것이 못 됩니다. 짧은 병기로 맞붙는 데 이르러서는 우리 군사가 더욱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달아나기에 바쁘니 어찌 이기겠습니까.
요사이 명나라 장수가 오가며 우리 군사가 병기가 전혀 없는 것을 보고 괴이하게 여겨 탄식하지 않은 적이 없고, 급히 병기를 갖추라고 간곡히 우리에게 일렀습니다. 그런데 우리 군사는 낼 계책을 알지 못하고 빈손으로 적을 기다리니 참으로 한심합니다.
신이 가만히 화차(火車)의 제도를 보니 매우 편하고 이로워 참으로 이기게 하는 묘한 기구인데, 난리가 난 뒤로 한 번도 쓰지 못하였으니 참으로 한스럽고 애석합니다. 신이 안주(安州)와 영변(寧邊)에서 스물두 대를 찾아내어 제도가 편하지 않은 데를 조금 더하고 덜어 고쳤습니다. 수레마다 승자총통(勝字銃筒) 열다섯 개를 싣습니다.
만일 이대로 백여 대를 만들어 사면으로 진을 맺고 그 사이에 활 쏘는 군사를 두어, 대오를 지어 천천히 나아가며 높낮이와 왼쪽 오른쪽을 한결같이 적병이 향하는 쪽으로 엿보아 한꺼번에 다 놓으면 비바람이 몰아치듯 합니다. 적병이 비록 천만이라도 감히 앞을 당하지 못하고, 활 쏘는 군사도 수레에 의지하여 몸을 가려 철환을 피하니 방패보다 훨씬 낫습니다.
청컨대 의주(義州) 등지에 쌓아 둔 화차를 급히 거두어 내어 한결같이 안주의 새 모양대로 고쳐 깁게 하소서. 승자총통이 모자라면 우자(宇字)·주자(宙字) 총통으로 갈마들어 대신하게 하시고, 군관으로 하여금 거느려 군영으로 보내어 싸움에 쓰게 하소서.
一賊兵屯據京城已久人情狃安太半入處幾與相忘極爲寒心臣竊念京畿恢復之勢當自三面蓋楊州積城抱川永平加平楊根等邑之軍當統於一將指授方略蔽遮京城以東江華喬桐交河高陽等品之軍又統於一將以捕京城以西散出之賊廣州果川衿川水原陽川龍仁安城等邑之軍又當統於一將遮遏南方以擊南下之賊然後江原之軍與楊州等邑之軍合勢忠淸之軍與廣州以南之軍合勢江華喬桐之軍則與全羅兵及義兵合凡有動止互相報知氣勢聯絡約束相通則進可以掃蕩京寇退可以式遏標掠軍聲自倍而無渙散孤弱之患矣臣近因往來之人聞楊州牧使高彥伯頗有膽量善於其任此人可當一面其餘在。朝廷所擇耳且諸道旣有巡察使又有監司又有召募等官號令不一莫適所主列邑疲於供頓人心益離其間或有多聚道內勇士深居山谷自衛其身及其家屬貽弊郡邑賊至則望風先遁散遣軍卒旣散之後又復徵聚以此前日鄕里團結抽賊之人亦皆離散云此極爲今日之大憂惟望朝廷申勅明示賞罰使有懲戒且凡所差除務在得人而號令出一然後庶可有爲矣如黃海道亦有監司巡察使招討使召募等官此亦當省其不急者如海州牧使李泰亨棄城喪師浮遊海上而罰不及身人情憤怨恐無以整肅軍令
하나. 적병이 서울에 둔치고 웅거한 지 이미 오래되어 인심이 익숙해져 편안히 여기고, 태반이 들어가 살며 거의 서로 잊은 듯하니 몹시 한심합니다.
신이 가만히 생각하니 경기를 되찾을 형세는 마땅히 세 면에서 나와야 합니다. 대개 양주(楊州)·적성(積城)·포천(抱川)·영평(永平)·가평(加平)·양근(楊根) 등 고을의 군사를 한 장수에게 거느리게 하고 방략을 일러 주어 서울 동쪽을 가리게 하소서. 강화(江華)·교동(喬桐)·교하(交河)·고양(高陽) 등 고을의 군사를 또 한 장수에게 거느리게 하여 서울 서쪽으로 흩어져 나온 적을 잡게 하소서. 광주(廣州)·과천(果川)·금천(衿川)·수원(水原)·양천(陽川)·용인(龍仁)·안성(安城) 등 고을의 군사를 또 한 장수에게 거느리게 하여 남쪽을 막아 남으로 내려가는 적을 치게 하소서.
그런 뒤에야 강원 군사가 양주 등 고을 군사와 기세를 합하고, 충청 군사가 광주 남쪽 군사와 기세를 합하고, 강화·교동 군사는 전라도 군사와 의병과 합할 것입니다. 무릇 움직이고 그침을 서로 알려 기세가 이어지고 약속이 서로 통하면, 나아가서는 서울의 도적을 쓸어 없애고 물러나서는 노략질을 막을 수 있습니다. 군사의 기세가 절로 배가 되어 흩어지고 외로워 약해질 근심이 없을 것입니다.
신이 요사이 오가는 사람에게 들으니 양주 목사 고언백(高彥伯)이 자못 담력이 있어 그 임무에 능하다 합니다. 이 사람이 한 면을 맡을 만하고 그 나머지는 조정에서 가리실 바입니다.
또 여러 도에 이미 순찰사가 있고 또 감사가 있고 또 소모관(召募官) 들이 있어, 호령이 하나가 아니어서 주장할 바를 알지 못하고 여러 고을이 대접에 지쳐 인심이 더욱 떠납니다. 그 사이에 더러는 도 안의 날랜 군사를 많이 모아 산골 깊이 들어앉아 제 몸과 집안 식구를 지키며 고을에 폐단을 끼치고, 적이 오면 그 기세만 보고도 먼저 달아나며 군졸을 흩어 보냈다가 흩은 뒤에 또다시 불러 모읍니다. 이 때문에 전날 마을에서 뭉쳐 적을 잡던 사람도 다 흩어졌다 합니다.
이것이 오늘의 큰 근심입니다. 오직 바라건대 조정에서 거듭 신칙하시고 상벌을 밝게 보이시어 징계가 있게 하소서. 또 무릇 차임하는 것은 힘써 사람을 얻는 데 있으니, 호령이 하나에서 나온 뒤에야 거의 할 수 있겠습니다. 황해도 같은 데도 감사·순찰사·초토사·소모관 들이 있으니 이 또한 마땅히 급하지 않은 것을 줄이소서. 해주 목사 이태형(李泰亨)은 성을 버리고 군사를 잃고 바다 위에 떠다니는데도 벌이 그 몸에 미치지 않으니, 인심이 분하고 원망하여 군령을 엄정히 할 수 없을까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