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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형세를 논하여 보고한 장계論報賊勢狀

징비록 懲毖錄 · 류성룡(柳成龍) · 1633년 간행 (임진왜란 뒤 지음) · 단락 1 · 한자 631자 · 낭독 5.4분

징비록 권8 진사록 임진왜란이 끝난 뒤 영의정 류성룡이 제 눈으로 본 것을 적어 남긴 기록. 「지난 일을 징계하여 뒷근심을 삼간다」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다.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조정이 무엇을 놓쳤는지를 변명 없이 적었다. 이순신을 천거한 일, 명나라 군사와의 실랑이, 백성이 겪은 참상이 그대로 실렸다.

臣前者聞賊將有添兵之報卽發遣臣軍官金善義於黃海道傳通巡察使及防禦使等處使之與左防禦使合兵邀截且急通於江華乘賊下來以舟師橫截津渡以止其西下之勢且又通於防禦使李鎰使之紏合諸陣之兵乘機勦擊且聞大同江等處賊兵無備往來自如又令金億秋率舟師乘夜直上焚毀賊船且以神機箭火炮等多數發射衝火於大同門而預令一人潜布菱鐵於門外乘其亂出之際從船上亂射各處諸將憚於賊衆皆按甲不前使賊千里橫行一無呵禁坐令平壤兇徒多聚前頭之事極爲可憂平壤地形西北險固而東南平易舟師一事固當早施掩其不意可以有功而當初遲疑不進久失機會十八日始爲進去而無及於已聚之賊更違節制徒令賊兵覺知而少無所獲只以數隻空船備數塞責亦何益於事哉大扺軍律解弛遠近將士皆無力戰之心賊氣日盛而我勢日弱許多戰陣所用器械皆不整辦徒持弓矢以爲禦賊之具夫弓矢固爲利器而百步之外不能當鐵丸數步之內無以制短兵軍士旣無所恃則其致奔敗亦不足怪今因慶尙道狀啓陪持人聞兵使朴晉擊破諸處賊陣時用連弩震天雷此最爲敵人所畏云今雖已晚猶可措備而各官所有震天雷皆失其制度不可以飛擊欲更鑄成則必費時日江邊列邑有所急令該司輸到軍前以備戰用爲當。天兵出來日期全未聞知雖稱軍事尙密而期日已盡賊謀難測朝夕之間憂慮萬端而環顧在我之勢無一可恃痛悶罔極。朝廷各別多般聞見計議亭當急急通諭俾無狼狽之虞江冰若合則北虜之事亦甚可慮臣意北虜貪而無計易以利誘如有更以來救之狀言說則姑爲鎭撫賞給以息其狼噬之患如唐時欲圖恢復不得不與回籺連和蓋其勢然也臣言似迃而實關大計不勝區區悶迫之忱累次陳達極爲惶恐

신이 앞서 적이 장차 군사를 더한다는 보고를 듣고, 곧 신의 군관 김선의(金善義)를 황해도로 보내어 순찰사와 방어사 등지에 전하여 알리고 좌방어사와 군사를 합하여 맞아 끊게 하였습니다. 또 급히 강화(江華)에 통하여 적이 내려오는 틈을 타 수군으로 나루를 가로막아 서쪽으로 내려오는 형세를 그치게 하고, 또 방어사 이일(李鎰)에게 통하여 여러 진의 군사를 규합하여 틈을 타 쳐 죽이게 하였습니다. 또 들으니 대동강 등지에 적병이 대비 없이 마음대로 오간다 하므로, 김억추(金億秋)로 하여금 수군을 거느리고 밤을 타 곧장 올라가 적의 배를 불살라 부수게 하고, 또 신기전(神機箭)과 화포 들을 많이 쏘아 대동문에 불을 지르게 하며, 미리 한 사람으로 하여금 문밖에 마름쇠를 몰래 깔게 하여 그들이 어지러이 나오는 틈을 타 배 위에서 어지러이 쏘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곳곳의 여러 장수가 적의 무리를 꺼려 다 군사를 멈추어 두고 나아가지 않아, 적으로 하여금 천 리를 마음대로 다니게 하고 한 번도 꾸짖어 막지 못하였습니다. 앉은 채 평양의 흉한 무리가 많이 모이게 하였으니 앞일이 지극히 걱정스럽습니다.

평양의 땅 모양은 서북이 험하고 굳으며 동남이 평평하고 쉽습니다. 수군 한 가지 일은 진실로 일찍 베풀어 뜻밖을 엄습하였더라면 공이 있었을 터인데, 당초 머뭇거리고 의심하여 나아가지 않아 오래 기회를 잃었습니다. 열여드렛날에야 비로소 나아갔으나 이미 모인 적에는 미치지 못하였고, 다시 절제를 어겨 한갓 적병이 알아채게만 하고 조금도 얻은 바 없이 다만 빈 배 두어 척으로 수를 채워 책임을 막았을 뿐이니, 또한 일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대저 군율이 풀리고 늘어져 멀고 가까운 장수와 군사가 다 힘껏 싸울 마음이 없습니다. 적의 기운은 날로 성하고 우리 형세는 날로 약합니다. 허다한 싸움에 쓸 병기를 다 갖추지 못하고 한갓 활과 살만 가지고 적 막을 기구로 삼습니다. 무릇 활과 살이 진실로 날카로운 기구이나, 백 걸음 밖에서는 철환을 당하지 못하고 몇 걸음 안에서는 짧은 병기를 제어하지 못합니다. 군사가 이미 믿을 바가 없으니 달아나 무너짐에 이르는 것도 괴이할 것이 없습니다.

이제 경상도 장계를 모시고 온 사람에게 들으니, 병사 박진(朴晉)이 곳곳의 적진을 쳐부술 때 연노(連弩)와 진천뢰(震天雷)를 썼는데 이것을 적이 가장 두려워하였다 합니다. 이제 비록 늦었으나 그래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각 고을에 있는 진천뢰는 다 그 제도를 잃어 날려 칠 수 없고, 다시 부어 만들자니 반드시 날짜가 듭니다. 강가 여러 고을에 있는 것을 맡은 관아로 하여금 급히 군영으로 실어 보내어 싸움에 쓰게 하심이 마땅합니다.

명나라 군사가 나올 날짜를 전혀 듣지 못하였습니다. 군사 일은 은밀함을 숭상한다 하나 기한 날이 이미 다하고 적의 꾀는 헤아리기 어려우니, 아침저녁 사이에 걱정이 만 갈래요 우리에게 있는 형세를 둘러보아도 하나도 믿을 것이 없어 아프고 답답함이 끝이 없습니다. 조정에서 각별히 여러 가지로 듣고 보아 헤아려 마땅하게 의논하시고, 급히 통유하시어 낭패할 근심이 없게 하소서.

강이 얼어붙으면 북쪽 오랑캐 일도 몹시 걱정스럽습니다. 신의 뜻으로는 북쪽 오랑캐는 탐하되 꾀가 없어 이로움으로 꾀기 쉽습니다. 만일 다시 와서 구원하겠다는 말이 있거든 아직 진무하고 상을 주어 이리처럼 물어뜯을 근심을 그치게 하소서. 당나라 때 되찾기를 꾀하며 회흘(回紇)과 화친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과 같으니, 대개 그 형세가 그러하였기 때문입니다. 신의 말이 에두른 듯하나 실은 큰 계책에 관계되므로, 구구히 답답하고 급한 정성을 이기지 못하여 여러 번 아뢰오니 지극히 황공합니다.

협주 1

壬辰十一月

임진년 십일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