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징비록 › 권8 진사록

정희현·박명현의 군사를 나누어 보내 북쪽 길을 막기를 청하다請分遣鄭希立朴名賢等軍以防北路狀

징비록 懲毖錄 · 류성룡(柳成龍) · 1633년 간행 (임진왜란 뒤 지음) · 단락 1 · 한자 320자 · 낭독 2.7분

징비록 권8 진사록 임진왜란이 끝난 뒤 영의정 류성룡이 제 눈으로 본 것을 적어 남긴 기록. 「지난 일을 징계하여 뒷근심을 삼간다」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다.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조정이 무엇을 놓쳤는지를 변명 없이 적었다. 이순신을 천거한 일, 명나라 군사와의 실랑이, 백성이 겪은 참상이 그대로 실렸다.

平壤之賊數日內速爲蕩干則卽當分兵以防北道之賊但兵家之事所難預知萬一曠日持久而北賊乘虛踰嶺出於腹內則此甚危急近日連見洪世恭馳報賊兵皆有西來之狀方此雪消嶺路通行之時以數少殘卒萬無把截之理臣意。天兵旣已到此此處之兵不患不足若分鄭希玄朴名賢等所屬軍千餘名扮作唐兵模樣送于南道防戍之處則庶可無虞大抵北道事勢當初收復之形十八九成賊之精兵盡聚咸興以防北來之兵高原文川德源永興等地只留殘卒百餘且我民相難出入略不設備若自其處掩其不意使賊首尾斷絕則咸興之賊必回而北方鄭文孚之兵與之合勢夾擊則旬日之間鐵嶺以北可以無賊此乃不可失之機而旣不更遣巡察使如助防將等官率皆庸劣之人拱手坐視使賊勢愈熾今日之勢雖有唐兵北賊腹心之憂方大臣爲之寒心請。朝廷更加運籌區畫使無後時難圖之患

평양의 적을 며칠 안에 빨리 쓸어 없앤다면 곧 군사를 나누어 북도의 적을 막아야 합니다. 다만 군사의 일은 미리 알기 어려우니, 만일 날을 끌어 오래가는 사이에 북쪽 적이 빈틈을 타 고개를 넘어 안쪽 땅으로 나오면 이는 몹시 위급합니다.

요사이 홍세공(洪世恭)의 급한 보고를 잇달아 보니 적병이 다 서쪽으로 올 낌새가 있다 합니다. 바야흐로 눈이 녹아 고갯길이 트이는 때에 얼마 안 되는 남은 군사로는 막아 끊을 길이 결코 없습니다. 신의 생각에는 명나라 군사가 이미 여기에 이르렀으니 이곳 군사가 모자랄 걱정은 없습니다. 만일 정희현(鄭希玄)·박명현(朴名賢) 등에 딸린 군사 천여 명을 나누어 명나라 군사 모양으로 꾸며 남도의 지키는 곳으로 보내면 거의 걱정이 없을 것입니다.

대저 북도의 형세는 처음에 도로 찾을 형세가 열에 여덟아홉은 되었습니다. 적의 날랜 군사가 다 함흥에 모여 북에서 오는 군사를 막고 있고, 고원·문천·덕원·영흥 등지에는 남은 군사 백여 명만 두었습니다. 또 우리 백성이 서로 드나들기를 꺼려 채비를 조금도 하지 않았으니, 만일 그곳에서 뜻하지 않은 틈을 덮쳐 적의 머리와 꼬리를 끊어 버리면 함흥의 적이 반드시 돌아설 것이요, 북방 정문부(鄭文孚)의 군사가 힘을 합쳐 끼고 치면 열흘 사이에 철령 북쪽에 적이 없게 할 수 있습니다.

이야말로 놓쳐서는 안 될 기회인데, 순찰사를 다시 보내지도 않고 조방장 따위 벼슬아치는 거의 다 용렬한 사람이라 손을 맞잡고 앉아 보기만 하여 적의 형세가 더욱 성하게 하였습니다. 오늘의 형세가 비록 명나라 군사가 있다 하나 북쪽 적이 속을 파고드는 걱정이 바야흐로 큽니다. 신은 이 때문에 마음이 서늘합니다. 조정에서 다시 꾀를 내어 가르고 헤아려 때를 놓쳐 도모하기 어려운 근심이 없게 하소서.

협주 1

저본 제목은 鄭希立이나 본문의 鄭希玄을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