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징비록 › 권9 진사록

김경로를 처단하는 일을 여쭈다處置金敬老禀。旨狀

징비록 懲毖錄 · 류성룡(柳成龍) · 1633년 간행 (임진왜란 뒤 지음) · 단락 1 · 한자 335자 · 낭독 2.8분

징비록 권9 진사록 임진왜란이 끝난 뒤 영의정 류성룡이 제 눈으로 본 것을 적어 남긴 기록. 「지난 일을 징계하여 뒷근심을 삼간다」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다.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조정이 무엇을 놓쳤는지를 변명 없이 적었다. 이순신을 천거한 일, 명나라 군사와의 실랑이, 백성이 겪은 참상이 그대로 실렸다.

本月二十四日戌時宣傳官李純一賫奉。標信來到且祇受承政院書狀金敬老罪狀極爲駭愕幷遣宣傳官持。標信馳往軍中先告。天將處斷事有旨臣以有。旨辭緣告于提督則提督使人傳言曰金敬老之罪本當處死但京城未復將官一人有關吾將移咨。國王請貸且下牌文于陪臣須令敬老來此叩頭立功贖罪臣又告曰軍律不可不嚴敬老之罪本當處死特以將官故不敢不先告於老爺耳其罪則難可貸提督笑曰雖然今姑貸死使之立功今曉臣與元帥等問安于提督則出送牌文且示啓文草其意亦如牌文之辭伏念敬老之罪死不足惜今又散軍獨來令與高彥伯李時言等追截京城之賊則托以無軍徘徊不前臣已曾决杖督令前進今在坡州等處已馳遣軍官使之捉來但。天將牌文如此似難遽爲處斷而。標信已下不知何以處之大抵旣告於。天將則第從其令觀後處斷而李純一賫奉。標信姑留於此亦似未安更此馳。禀牌文謄書上送

이달 스무나흗날 술시에 선전관 이순일(李純一)이 표신(標信)을 받들고 왔고, 또 승정원의 서장을 삼가 받았습니다. 김경로(金敬老)의 죄상이 몹시 놀라우니 아울러 선전관에게 표신을 가지고 군중으로 달려가 먼저 명나라 장수에게 고한 뒤에 처단하라는 분부였습니다.

신이 분부의 사연을 제독에게 고하니, 제독이 사람을 시켜 말을 전하기를 「김경로의 죄는 본디 죽여 마땅하나 다만 서울을 아직 찾지 못하였으니 장수 하나가 긴하다. 내가 국왕께 자문을 보내 용서를 청하겠다. 또 이 나라 신하에게 패문을 내리니, 경로로 하여금 여기 와서 머리를 조아리고 공을 세워 죄를 갚게 하라」 하였습니다.

신이 또 고하기를 「군율은 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로의 죄는 본디 죽여 마땅하나 다만 장수인 까닭에 감히 노야께 먼저 고하지 않을 수 없었을 뿐이요, 그 죄는 용서하기 어렵습니다」 하니, 제독이 웃으며 「그렇더라도 이제 우선 죽음을 용서하여 공을 세우게 하라」 하였습니다.

오늘 새벽 신이 도원수 등과 제독에게 문안하니 패문을 내보이고 또 계문 초안을 보였는데, 그 뜻도 패문의 말과 같았습니다.

엎드려 생각하니 경로의 죄는 죽어도 아까울 것이 없습니다. 이제 또 군사를 흩고 홀로 와서, 고언백(高彥伯)·이시언(李時言) 등과 함께 서울의 적을 뒤쫓아 끊게 하였으나 군사가 없다고 핑계 대며 머뭇거리고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신이 이미 곤장을 쳐서 나아가기를 독촉하였고, 지금 파주 등지에 있기에 이미 군관을 달려 보내 잡아 오게 하였습니다.

다만 명나라 장수의 패문이 이러하니 갑자기 처단하기는 어려울 듯한데, 표신이 이미 내렸으니 어떻게 처리할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대저 이미 명나라 장수에게 고하였으니 우선 그 영을 좇아 뒤를 보아 처단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순일이 표신을 받들고 여기 머무는 것도 또한 온당치 않을 듯하여 다시 이렇게 급히 여쭈며 패문을 베껴 올려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