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를 모아 익히게 하기를 청하고 이어 소임을 갈아 주기를 비는 장계請募兵鍊習因乞遞免狀
臣卽見金命元所通狀。啓草慶尙道之事極爲危迫賊謀兇逆難測不勝寒心兼之慶尙左右道經年兵火飢饉赤地人民死亡略盡白骨蔽野不幸而右道則兵使連殞監司又逝人心無所維繫防備等事無望措置種種可虞至於如此臣雖在病中而晝夜憂迫不知所出昨日唐將駱參將來問臣疾因爲暫留亦甚念此自經略以下皆有不滿之語以爲提督今已撤兵將回而倭賊尙留不去提督之意或欲留馬軍在此鎭守然馬軍若留則其獘與倭賊等地方難支南將中皆無可留者而兵亦離家甚久皆不願留惟劉綎兵新到而其人乃我親屬雖未知欲留與否然留此則有益須速馳。啓於國王或移咨經略提督區處可也云留兵之事必爲大獘而賊兵未退則恐亦難已况南方之兵素善禦倭其操鍊敎習必爲我國久遠之利然此則非臣愚所能預料其利害惟在。朝廷百分商量急速善處而已今日備賊之事一刻急於一刻抄擇伶俐之軍分配。天將傳習兵事器械乃是第一件事而賊退已過一月一無施措前日駱參將抄率平安道軍百名而其軍私自訴乞不久還去臣近與參將議於城中募得火炮匠十餘人年少可敎者三十餘人今日爲始送于參將處使之學習但必資以糧料然後可以無散故欲除出城中賊窟落庭米給料此後應募之人必不止此。朝廷早爲事目別擇將帥二人分爲左右隊領之日夜訓鍊而又連續加抄外方精勇之人次次傳習如臣前日所陳庶有成效若又悠悠都不濟事臣之病勢則大勢少减而元氣大敗一室之內杖而後起至於精神志慮益甚顚錯軍國重事决難料理而痛念國事伏欲輿病南下氣力難任罪無所逃臣意必須。朝廷早爲處置或代以他大臣經理東南以赴事機之急然後庶無後悔
신이 곧 김명원(金命元)이 보내온 장계 초안을 보니, 경상도 일이 지극히 위태롭고 절박하며 적의 꾀가 흉악하여 헤아리기 어려우니 마음이 서늘함을 이기지 못합니다. 게다가 경상 좌우도는 해를 넘기며 병화와 흉년으로 땅이 붉게 타 백성이 거의 다 죽고 흰 뼈가 들을 덮었습니다. 불행히 우도는 병사(兵使)가 잇달아 죽고 감사도 세상을 떠나 인심이 붙일 데가 없으며, 막아 지키는 일 따위는 조처할 가망이 없으니 가지가지 걱정스러움이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신은 비록 병중에 있으나 밤낮 근심하고 절박하여 나아갈 바를 알지 못합니다.
어제 명나라 장수 낙 참장(駱參將)이 신의 병을 물으러 와 잠시 머물렀는데 그도 이를 몹시 염려하였습니다. 경략 이하가 다 흡족하지 않은 말이 있다면서 이르기를 「제독이 이제 이미 군사를 거두어 돌아가려 하는데 왜적은 아직 머물러 가지 않는다. 제독의 뜻은 혹 기병을 여기 머물러 두어 진 치고 지키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기병이 만일 머무르면 그 폐단이 왜적과 같아 지방이 견디기 어렵다. 남쪽 장수 가운데는 머무를 만한 이가 없고, 군사도 집 떠난 지 매우 오래여서 다 머물기를 원하지 않는다. 오직 유정(劉綎)의 군사가 새로 이르렀고 그 사람은 곧 나의 친속이다. 비록 머물고자 하는지는 알지 못하나 여기 머무르면 이로움이 있을 것이다. 모름지기 빨리 국왕에게 달려 아뢰거나 경략과 제독에게 자문을 보내어 조처함이 옳다」 하였습니다.
군사를 머물게 하는 일은 반드시 큰 폐단이 됩니다. 그러나 적병이 물러가지 않았으니 또한 그만두기 어려울까 두렵습니다. 하물며 남방의 군사는 본디 왜를 막기를 잘하니 그 조련하고 가르치는 것이 반드시 우리나라의 오래고 먼 이로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어리석은 신이 그 이해를 미리 헤아릴 바가 아니니, 오직 조정이 백분 헤아려 급히 잘 처리하기에 달렸을 뿐입니다.
오늘 적을 대비하는 일은 한 시각이 한 시각보다 급합니다. 영리한 군사를 뽑아 명나라 장수에게 나누어 붙여 군사 일과 무기와 기구를 전해 익히게 하는 것이 곧 첫째가는 일입니다. 그런데 적이 물러간 지 이미 한 달이 지나도록 하나도 베풀어 조처한 것이 없습니다. 전날 낙 참장이 평안도 군사 백 명을 뽑아 거느렸으나 그 군사가 사사로이 스스로 호소하여 빌고 오래지 않아 돌아갔습니다. 신이 요사이 참장과 의논하여 성안에서 화포 장인 십여 사람과 나이 젊어 가르칠 만한 이 삼십여 사람을 모아 얻어, 오늘부터 참장에게 보내어 배워 익히게 하였습니다. 다만 반드시 양식으로 도운 뒤라야 흩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성안 적의 소굴에 떨어져 남은 쌀을 덜어 내어 삯으로 주고자 합니다. 이 뒤에 응모하는 사람이 반드시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니, 조정이 일찍 절목을 만들어 따로 장수 두 사람을 가려 좌우 대로 나누어 거느리게 하고 밤낮으로 훈련하게 하시고, 또 잇달아 외방의 정하고 날랜 사람을 더 뽑아 차례로 전해 익히게 하시면 신이 전날 아뢴 대로 거의 보람이 있을 것입니다. 만일 또 하염없이 두면 도무지 일을 이루지 못합니다.
신의 병세는 큰 기세가 조금 덜하였으나 원기가 크게 무너져 한 방 안에서도 지팡이를 짚은 뒤에야 일어납니다. 정신과 생각에 이르러서는 더욱 심하게 뒤집히고 어지러워 군사와 나라의 무거운 일을 결코 처리하기 어렵습니다. 나랏일을 아프게 생각하여 병든 몸을 수레에 싣고 남쪽으로 내려가고자 하나 기력이 견디기 어려우니 죄를 피할 곳이 없습니다. 신의 뜻은, 반드시 조정이 일찍 처치하여 혹 다른 대신으로 갈아 동남을 맡아 다스리게 하고 급한 기미에 나아가게 한 뒤라야 거의 뒤에 뉘우침이 없으리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