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 현감 유철을 그대로 두기를 청하는 장계請軍威縣監柳澈仍任狀
臣行到軍威有縣民洪軸等三十餘人聯名呈狀內縣監柳澈本以慈詳愷悌之人專以奉公恤民爲事變生之後不離境土當賊據本邑之日定將抄卒設伏要路捕斬射殺不知其數賊退後卽入官家收聚餘糓一以爲軍糧一以救飢民親持糓物出入村落至誠賑活民賴得生者甚多一境男女莫不愛戴雖於餓饉癘疫之餘形息僅存而。天兵支待軍糧輸運之役爭先酬應不敢違令今聞與巡察使相避當爲遞去當此艱難蕩敗之日若失縣監則孑遺殘民萬無生活之路云云臣自前素聞柳澈善於居官今見民情參以物論果非虛請當此調度支待百役叢集之時善治守令不可輕遞道內賊兵猶在平時相避之法不可太拘柳澈姑爲仍任以慰一縣民情且除迎送之獘似爲便當
신이 군위에 이르니 고을 백성 홍축(洪軸) 등 서른여 명이 이름을 잇대어 올린 글이 있었습니다. 그 글에, 현감 유철(柳澈)은 본디 자상하고 화락한 사람으로 오로지 공을 받들고 백성을 돌보는 일을 일삼았습니다. 변이 난 뒤에도 고을 땅을 떠나지 않았고, 적이 본 고을을 차지하였을 때 장수를 정하고 군사를 뽑아 요긴한 길에 복병을 두어 잡아 베고 쏘아 죽인 것이 그 수를 알 수 없습니다. 적이 물러간 뒤 곧 관가에 들어가 남은 곡식을 거두어 모아 하나는 군량으로 삼고 하나는 굶주린 백성을 구하였으며, 몸소 곡식을 가지고 마을에 드나들며 지성으로 진휼하여 살렸으므로 백성으로 그에 힘입어 산 자가 매우 많습니다. 온 지경 남녀가 사랑하고 받들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비록 굶주림과 돌림병 뒤라 형세가 겨우 붙어 있으나, 명나라 군사 뒷바라지와 군량 실어 나르는 일에 앞다투어 응하여 감히 영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이제 들으니 순찰사와 상피에 걸려 갈려 가게 되었다 합니다. 이 어렵고 결딴난 때에 만일 현감을 잃으면 외로이 남은 백성은 도무지 살 길이 없습니다 하였습니다.
신은 전부터 유철이 벼슬살이를 잘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제 백성의 뜻을 보고 여러 말과 견주니 과연 헛말이 아니었습니다. 이 군량 조달과 뒷바라지 등 온갖 부역이 몰리는 때에 잘 다스리는 수령을 가벼이 갈 수 없습니다. 도내에 적병이 아직 있으니 평시의 상피하는 법에 너무 얽매일 수 없습니다. 유철을 우선 그대로 두어 한 고을 백성의 뜻을 위로하고 또 맞고 보내는 폐단을 없애는 것이 편하고 마땅할 듯합니다.
협주 1
상피(相避) — 친족이나 연고 있는 이가 서로 관계되는 자리에 함께 있지 못하게 하던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