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징비록 › 권14 진사록

제독과 경리를 맞이하여 뵌 일과 군량 형편을 달려가 아뢰는 장계馳。啓提督經理迎候事及軍糧形止狀

징비록 懲毖錄 · 류성룡(柳成龍) · 1633년 간행 (임진왜란 뒤 지음) · 단락 1 · 한자 591자 · 낭독 4.8분

징비록 권14 진사록 임진왜란이 끝난 뒤 영의정 류성룡이 제 눈으로 본 것을 적어 남긴 기록. 「지난 일을 징계하여 뒷근심을 삼간다」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다.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조정이 무엇을 놓쳤는지를 변명 없이 적었다. 이순신을 천거한 일, 명나라 군사와의 실랑이, 백성이 겪은 참상이 그대로 실렸다.

臣本月十四日聞提督大軍已踰嶺自安東馳到醴泉欲爲伺候而提督不入醴泉直向豐山故臣不得已追到豐山與提督相見則提督問南邊賊情如何臣以左兵使成允文所報賊勢對之提督又問曰今行於議政之意如何臣答以倭賊窮兇極惡。天威大振必有掃淸之期提督云是矣臣旣見提督又聞經理之行亦近卽馳到龍宮夜已二更不得通名明曉經理發行時通名而未及見之臣隨經理一行到安東今日早牌始爲進見則經理分付云大軍已爲南下此處之糧皆當輸運於慶州無使匱乏與尹承勳同議爲之可也又招本道巡察使李用淳語之曰運糧等事雖有議政與總督而本道陪臣當專管爲之若不盡力必不濟事又招安東府使鄭賜湖跪於階下問其本邑之糧已輸運未輸運之數且云本邑未經蕩敗人力必完得粟之事更加竭力爲之皆唯唯而退經理似欲於明日直向慶州本道左道措置之糧以尹承勳所報觀之則米六萬一千七百餘石而已收者米四萬三千二百九十九石未收者一萬八千四百十六石馬豆二萬八千二百九石而已收者一萬八千九百二十四石未收者九千二百八十四石此後措置之數時未查報右道成泳所管亦未查報故糓數多少時未詳知而此道蕩敗無形只以上道數邑之力辦此大兵糧餉各邑品官士人倡率民戶無不竭盡其心而今已無復餘力矣前頭運糧之難尤甚於聚糧且軍行已發而糧路不繼則大事將去臣晝夜憂慮不知所出萬一大軍有持久之勢則必須催發後面之糧以爲接濟之計事不可已朝廷預爲商度從長處置或忠淸之糓漸次移入於嶺南而。天糧自義州出來者亦可調發前來以續餽餉但恐民力方困不能趁時輸運

신이 이달 열나흘에 제독의 대군이 이미 고개를 넘었다는 말을 듣고 안동에서 예천으로 달려 이르러 기다려 뵈려 하였으나, 제독이 예천으로 들지 않고 곧바로 풍산으로 향하였으므로 신이 마지못해 풍산까지 뒤따라 이르러 제독과 서로 보았습니다.

제독이 남쪽 변방 적의 사정이 어떠하냐 묻기에 신이 좌병사 성윤문(成允文)이 알려 온 적의 형세로 대답하였습니다. 제독이 또 「이번 걸음에 대한 의정의 뜻은 어떠하오」 묻기에, 신이 「왜적이 흉하고 악함이 다하였고 황제의 위엄이 크게 떨쳤으니 반드시 쓸어 없앨 날이 있을 것입니다」 하고 답하니 제독이 「옳소」 하였습니다.

신이 이미 제독을 보고 또 경리의 행차도 가까이 왔다는 말을 듣고 곧 용궁으로 달려 이르니 밤이 이미 이경이라 이름을 알리지 못하였습니다. 이튿날 새벽 경리가 떠날 때 이름을 알렸으나 미처 보지 못하였고, 신이 경리 일행을 따라 안동에 이르러 오늘 이른 시각에 비로소 나아가 뵈었습니다.

경리가 분부하기를 「대군이 이미 남으로 내려갔으니 이곳의 군량은 다 경주로 실어 날라 모자라는 일이 없게 하되 윤승훈(尹承勳)과 함께 의논하여 하는 것이 옳소」 하였습니다. 또 본도 순찰사 이용순(李用淳)을 불러 이르되 「군량을 나르는 일은 비록 의정과 총독이 있으나 본도의 신하가 마땅히 오로지 맡아 할 것이니, 만일 힘을 다하지 않으면 반드시 일을 이루지 못하리라」 하였습니다. 또 안동부사 정사호(鄭賜湖)를 불러 뜰아래 꿇리고 그 고을 군량 가운데 이미 실어 나른 것과 아직 나르지 못한 수를 묻고, 또 이르되 「본 고을은 무너져 결딴나는 것을 겪지 않아 사람 힘이 반드시 온전할 것이니 곡식 얻는 일에 다시 힘을 다하라」 하니 다 예예 하고 물러났습니다. 경리는 내일 곧바로 경주로 향하려는 듯합니다.

본도 좌도에 조치한 군량은 윤승훈이 알려 온 것으로 보면 쌀이 육만 일천칠백여 석인데, 이미 거둔 것이 쌀 사만 삼천이백구십구 석이요 아직 거두지 못한 것이 일만 팔천사백열여섯 석입니다. 말콩은 이만 팔천이백아홉 석인데 이미 거둔 것이 일만 팔천구백스물넉 석이요 아직 거두지 못한 것이 구천이백여든넉 석입니다. 이 뒤에 조치할 수는 아직 조사하여 알리지 않았고 우도 성영(成泳)이 맡은 것도 아직 조사하여 알리지 않았으므로 곡식 수의 많고 적음을 아직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이 도가 무너져 결딴나 아무 모양이 없는데 다만 윗녘 두어 고을의 힘으로 이 대군의 군량을 마련하니, 고을마다 품관과 사인이 민호를 이끌어 그 마음을 다하지 않음이 없으나 이제 이미 남은 힘이 없습니다. 앞으로 군량 나르는 어려움은 군량 모으기보다 더욱 심할 것입니다. 또 군사의 행차는 이미 떠났는데 군량 길이 이어지지 않으면 큰일이 그르쳐질 것이므로 신은 밤낮으로 근심하여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합니다.

만일 대군이 오래 버틸 형세가 있으면 반드시 뒷면의 군량을 재촉해 보내어 이어 대는 계책을 삼아야 하니, 이 일은 그만둘 수 없습니다. 조정은 미리 헤아려 길게 보아 처치하소서. 혹 충청도 곡식을 차츰 영남으로 옮겨 들이고, 명나라 군량으로 의주에서 나오는 것도 조발하여 앞으로 보내 먹이는 것을 잇게 할 만합니다. 다만 백성의 힘이 바야흐로 곤하여 때맞추어 실어 나르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협주 1

배신(陪臣) — 명나라에 대하여 조선 신하를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