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징비록 › 권15 군문등록

네 도 순찰사에게 두루 알린 글通諭四道巡察使文

징비록 懲毖錄 · 류성룡(柳成龍) · 1633년 간행 (임진왜란 뒤 지음) · 단락 1 · 한자 550자 · 낭독 4.5분

징비록 권15 군문등록 임진왜란이 끝난 뒤 영의정 류성룡이 제 눈으로 본 것을 적어 남긴 기록. 「지난 일을 징계하여 뒷근심을 삼간다」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다.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조정이 무엇을 놓쳤는지를 변명 없이 적었다. 이순신을 천거한 일, 명나라 군사와의 실랑이, 백성이 겪은 참상이 그대로 실렸다.

本年十月十三日。聖旨凡事有所主之人然後經略有條理今日國事勿論虜勢大賊在境下四道則旣委於右相矣又出都體察使專管其餘四道南北相應事有。旨當職蒙差體察京畿黃海平安咸鏡四道事務專委經略以兵曹判書李德馨爲副使侍講院輔德崔瓘侍講院弼善韓浚謙爲從事官方開幕府規畫措置。國勢艱危日甚南北之釁交作其勢固爲岌岌矣今日措置之事雖曰多端不過釐革獘瘼懷保小民使邦本更固然後措置糧餉訓鍊軍兵修緝城池且察地勢險夷以爲控扼之計措備器械申勅烽火此其大段節目若監司督率守令閫帥申勅邊將竭其心力盡瘁晝夜收拾補綴則國事雖急尙有可濟之望萬一因循廢墜玩愒度日置。國事於無可奈何之地體察使之令不行於監兵使監兵使之令不行於鎭管節制使鎭管節制使之令不行於同僉都尉以下同僉都尉之令不行於哨官哨官之令不行於旗隊總則雖有嘉謨善䇿朝夕云云而一無所益今日之弊政坐紀綱不立體統渙散以至於此今者自。上深懲命令不行事無實效之弊特出。聖意使大臣分領諸道之事事非偶然當職雖甚駑劣自知不能奉承。明旨有所補益而旣在其地無路引避則不得不以紀綱體統之事先爲知委於各道其他應行事意當追後詳盡指揮今後凡軍政所在一依。祖宗朝設法之意必使鎭管督率所風之邑所屬之邑亦承鎭管之令無敢違越而監司邊將又承體察使之令使體統粗立紀綱粗張號令通令以濟艱危之勢如此而守令以下猶不動念泄泄如前則國法有在非體察使所得以私也

올해 시월 열사흗날 성지에, 「무릇 일은 주장하는 사람이 있은 뒤에야 일을 꾸려 나감에 조리가 있다. 오늘의 나라 일은 오랑캐의 형세와 큰 적이 경내에 있음을 물론하고, 아래 네 도는 이미 우의정에게 맡겼으니 또 도체찰사를 내어 나머지 네 도를 오로지 맡게 하여 남과 북이 서로 응하게 하라」 하는 분부가 있었다.

이 임무를 맡은 나는 경기·황해·평안·함경 네 도의 체찰을 맡으라는 차임을 받아 사무를 오로지 맡아 경영하게 되었고, 병조판서 이덕형(李德馨)을 부사로, 시강원 보덕 최관(崔瓘)과 시강원 필선 한준겸(韓浚謙)을 종사관으로 삼아 바야흐로 막부를 열고 계획하여 조치하는 중이다.

나라 형세가 어렵고 위태로움이 날로 심하고 남북의 틈이 번갈아 일어나니 그 형세가 참으로 아슬아슬하다. 오늘 조치할 일이 비록 갈래가 많다 하나, 폐단을 뜯어고치고 백성을 어루만져 보전하여 나라의 근본을 다시 굳게 한 뒤에 군량을 마련하고 군사를 훈련하고 성과 못을 손질하며, 또 지세의 험하고 평탄함을 살펴 목을 눌러 막을 계책을 삼고, 병기를 갖추고 봉화를 거듭 단속하는 데 지나지 않으니 이것이 그 큰 절목이다.

만일 감사가 수령을 거느려 독촉하고 도의 군사를 맡은 장수(閫帥)가 변장을 거듭 단속하여 마음과 힘을 다하고 밤낮으로 애쓰며 거두어 기워 나간다면, 나라 일이 비록 급하더라도 오히려 건질 수 있는 바람이 있을 것이다. 만일 그럭저럭 내버려 두고 세월만 보내어 나라 일을 어찌할 수 없는 자리에 두어, 체찰사의 영이 감사와 병사에게 행해지지 않고, 감사와 병사의 영이 진관 절제사에게 행해지지 않고, 진관 절제사의 영이 동첨절제사와 도위 이하에게 행해지지 않고, 동첨절제사와 도위의 영이 초관에게 행해지지 않고, 초관의 영이 기총·대총에게 행해지지 않는다면, 비록 아름다운 꾀와 좋은 계책을 아침저녁으로 말한들 하나도 보탬이 없을 것이다. 오늘의 잘못된 정사는 기강이 서지 못하고 체통이 흩어진 데 앉아 여기에 이른 것이다.

이제 임금께서 명령이 행해지지 않고 일에 실효가 없는 폐단을 깊이 징계하시어, 특별히 뜻을 내시어 대신에게 여러 도의 일을 나누어 거느리게 하셨으니 일이 우연한 것이 아니다. 이 임무를 맡은 나는 비록 심히 노둔하고 못나 밝으신 분부를 받들어 보탬이 되지 못할 줄 스스로 아나, 이미 그 자리에 있어 물러나 피할 길이 없으니 부득이 기강과 체통의 일을 먼저 각 도에 알린다. 그 밖에 행해야 할 일의 뜻은 마땅히 뒤따라 자세히 지휘하겠다.

이 뒤로 무릇 군정이 있는 곳은 한결같이 조종조에서 법을 세운 뜻에 따라, 반드시 진관으로 하여금 거느린 고을을 독촉하여 거느리게 하고, 딸린 고을도 또한 진관의 영을 받들어 감히 어기지 못하게 하며, 감사와 변장은 또 체찰사의 영을 받들어 체통이 대강 서고 기강이 대강 펴지게 하여 호령이 통하게 함으로써 어렵고 위태로운 형세를 건너야 한다. 이렇게 하는데도 수령 이하가 오히려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전과 같이 늘어져 있다면, 나라의 법이 있으니 체찰사가 사사로이 할 바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