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징비록 › 권15 군문등록

평안도 순찰사와 절도사에게 보낸 글移平安道巡察節度使文

징비록 懲毖錄 · 류성룡(柳成龍) · 1633년 간행 (임진왜란 뒤 지음) · 단락 1 · 한자 950자 · 낭독 7.6분

징비록 권15 군문등록 임진왜란이 끝난 뒤 영의정 류성룡이 제 눈으로 본 것을 적어 남긴 기록. 「지난 일을 징계하여 뒷근심을 삼간다」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다.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조정이 무엇을 놓쳤는지를 변명 없이 적었다. 이순신을 천거한 일, 명나라 군사와의 실랑이, 백성이 겪은 참상이 그대로 실렸다.

本道四年調發轉輸之餘民力殫竭糧儲匱乏軍卒寡弱當此之時又有西邊警報雖事變遲速不可預料而其爲可虞則甚矣。朝廷指授雖多而臨機䇿應專在於巡察使及節度使之手不可一一遙制於千里之外姑擧其大勢而言之則江邊一帶蕩然空虛虜若多率醜類乘虛突至則以疲殘軍卒分兵把守數百里間勢不相及若欲角力於平野無依之處則我軍心膽光怯衆寡不敵勝敗之形未可預期必須先察地形險夷防備緊歇有城子之處則合小堡之軍協力固守且多備軍火器械鳥銃勝字各樣火炮以挫其飄忽動盪之勢雖無城池而若賊所必由之處則亦當據險先爲不可勝之勢以待而又於林木山谷之間多設疑兵皷角相應旗幟紛然使賊不測多少可以制勝古語云羗易以計破難用兵碎此乃兵家妙訣爲將者不可不十分體念沿江一帶自江界至義州總爲六鎭渭原以上則以虞候爲助防之任碧潼以下則以碧潼郡守兼助防而兵使以主將總爲節制。朝廷指授實非偶然但聞江邊諸郡自變生以後軍糧甚少當計食而聚軍不可有軍而無食內地之軍別擇丁壯分守各處又以晴川以北炮殺手多數添肪固不可已所慮者糧餉不足軍聚而無可食之物。朝廷所慮惟在於此此等辭緣本道十分詳審及時措置無使臨急而有不及之悔江邊以南之邑如朔州龜城泰川雲山等地守令亦令鱗次整兵預爲約束聞變馳援而內地之軍亦須一樣約束次第遮遏謀慮先定部分詳明則軍心不搖而緩急可以得力幷詳審擧行各道鎭管其數不過四五而本道則有六鎭管平壤所屬有七寧邊所屬有四安州所屬有四義州所屬有二成川所屬有十龜城所屬有二當初分屬多寡之數皆有深意實非偶然盖以前朝以來西方之變或發於水上或發於水下或一時齊發不一其處故一道之兵隨其便近使各自分屬平時則鎭管守令依法操鍊有事則各率其屬聽主將號令或馳援戰所或把截要害賊雖得志於一二處而內地之軍犬牙錯峙輔車相依使不得深入經遠之慮無以加矣近日本道軍兵已經訓鍊炮手之技頗爲可觀苟使主將先定謀䇿靜鎭不搖而䇿應得宜則可無僨事之患其他小小臨機處置事則本道十分詳審處置俾無蹉跌道內軍兵之數各鎭管所屬及哨官旗隊總幷成册上送以憑後考安州形勢甚好且當晴川之路若成重地而與寧邊作爲唇齒則一道形勢自固但城面闊遠難於守備。朝廷欲移撒城之東面進築於鄕校後峯司倉墻外而當此民力困極之時似難更爲此役若以三浦水軍入番者除番築之一朔之番减其日數使二十日築城而去則民情亦似便之今此氷凍時月雖不能輕擧而預爲商度知其闊狹計其人功多少明春始築亦爲無妨幷爲叅商牒報

본도는 네 해 동안 군사를 일으키고 실어 나른 나머지 백성의 힘이 다하고 군량이 모자라며 군졸이 적고 약하다. 이때를 당하여 또 서쪽 변방의 경보가 있으니, 비록 사변의 더디고 빠름을 미리 헤아릴 수 없으나 그 염려됨은 심하다. 조정의 지시가 비록 많으나 기미에 임하여 응하는 것은 오로지 순찰사와 절도사의 손에 있고, 천 리 밖에서 하나하나 멀리 제어할 수 없다.

우선 그 큰 형세를 들어 말하면, 강변 일대가 텅 비어 오랑캐가 만일 무리를 많이 거느리고 빈 틈을 타 갑자기 이르면, 지치고 남은 군졸로 군사를 나누어 지키는 수백 리 사이에 형세가 서로 미치지 못한다. 만일 벌판 의지할 데 없는 곳에서 힘을 겨루려 하면 우리 군사는 마음과 담이 먼저 겁을 내고 많고 적음이 대적되지 않아 이기고 지는 형세를 미리 기약할 수 없다.

반드시 먼저 지형의 험하고 평탄함과 방비의 긴하고 헐함을 살펴, 성이 있는 곳은 작은 보의 군사를 합쳐 힘을 아울러 굳게 지키고, 또 화기와 병장기와 조총·승자총통과 여러 가지 화포를 많이 갖추어 회오리처럼 빠르게 몰아치는 적의 형세를 꺾어야 한다. 비록 성과 못이 없더라도 만일 적이 반드시 지나갈 곳이면 또한 마땅히 험한 데 웅거하여 먼저 이길 수 없는 형세를 지어 기다리고, 또 숲과 산골짜기 사이에 군사가 있는 것처럼 꾸며 벌여 두고 북과 나발이 서로 응하며 깃발이 어지럽게 하여 적으로 하여금 많고 적음을 헤아리지 못하게 하면 이길 수 있다. 옛말에 「오랑캐는 꾀로 깨뜨리기는 쉬워도 군사로 부수기는 어렵다」 하였으니, 이는 곧 병가의 묘한 비결이다. 장수 된 자는 십분 몸에 새기지 않을 수 없다.

강을 따라 일대는 강계에서 의주까지 모두 여섯 진이 된다. 위원 위로는 우후에게 조방의 임무를 맡기고, 벽동 아래로는 벽동 군수가 조방을 겸하며, 병사가 주장으로 모두 절제하니 조정의 지시가 실로 우연하지 않다. 다만 들으니 강변 여러 고을은 변이 난 뒤로 군량이 심히 적다 하니, 마땅히 먹을 것을 헤아려 군사를 모을 것이요 군사는 있고 먹을 것은 없게 할 수 없다. 내지의 군사는 따로 장정을 골라 여러 곳을 나누어 지키게 하고, 또 청천강 이북의 포수와 살수를 많이 더 보태어 지키게 하는 것이 진실로 그만둘 수 없으나, 염려되는 것은 군량이 넉넉지 못하여 군사는 모였는데 먹을 것이 없는 일이다. 조정이 염려하는 바가 오직 여기에 있다. 이러한 사연을 본도가 십분 자세히 살펴 때에 미쳐 조치하여 급함에 임하여 미치지 못하는 뉘우침이 없게 하라. 강변 이남의 고을로 삭주·구성·태천·운산 같은 땅의 수령도 또한 차례로 군사를 정돈하고 미리 약속하여 변을 들으면 달려가 돕게 하고, 내지의 군사도 모름지기 한가지로 약속하여 차례로 막게 하라. 꾀와 염려가 먼저 정해지고 부서가 자세히 밝으면 군심이 흔들리지 않고 급할 때 힘을 얻을 수 있으니 아울러 자세히 살펴 거행하라.

각 도의 진관은 그 수가 넷이나 다섯에 지나지 않는데 본도에는 여섯 진관이 있다. 평양에 딸린 것이 일곱, 영변에 딸린 것이 넷, 안주에 딸린 것이 넷, 의주에 딸린 것이 둘, 성천에 딸린 것이 열, 구성에 딸린 것이 둘이다. 당초에 나누어 붙인 많고 적은 수가 다 깊은 뜻이 있어 실로 우연하지 않다. 대개 전 왕조 이래 서쪽의 변이 더러 물 위에서 일어나고 더러 물 아래에서 일어나며 더러 한때에 함께 일어나 그 곳이 한결같지 않았으므로, 한 도의 군사를 그 편하고 가까움을 따라 각각 나누어 붙게 하여, 평시에는 진관 수령이 법에 따라 조련하고 일이 있으면 각각 그 딸린 군사를 거느려 주장의 호령을 들어 더러 싸움터로 달려가 돕고 더러 요해를 막아 끊게 한 것이다. 적이 비록 한두 곳에서 뜻을 얻더라도 내지의 군사가 개 이빨처럼 서로 엇물리고 덧방나무와 수레처럼 서로 의지하여 깊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으니, 멀리 내다본 염려에 더할 것이 없다.

요즈음 본도의 군병이 이미 훈련을 거쳐 포수의 재주가 자못 볼 만하니, 진실로 주장이 먼저 꾀를 정하고 고요히 눌러 흔들리지 않으며 응함이 마땅함을 얻으면 일을 그르칠 근심이 없을 것이다. 그 밖에 자잘하게 기미에 임하여 처치할 일은 본도가 십분 자세히 살펴 처치하여 어긋남이 없게 하라. 도 안 군병의 수와 각 진관에 딸린 것과 초관·기총·대총을 아울러 책으로 만들어 올려 보내 뒷날 상고할 바탕으로 삼게 하라.

안주는 형세가 심히 좋고 또 청천강 길목에 당하였으니, 만일 중한 땅을 이루어 영변과 입술과 이가 되면 한 도의 형세가 절로 굳을 것이다. 다만 성 둘레가 넓고 멀어 지키기 어렵다. 조정이 성의 동쪽 면을 헐어 옮겨 향교 뒷봉우리 사창 담 밖으로 나아가 쌓고자 하나, 이 백성의 힘이 극히 지친 때를 당하여 다시 이 역사를 하기 어려울 듯하다. 만일 세 포의 수군으로 번드는 자에게 번을 덜어 쌓게 하되, 한 달 번에서 그 날수를 덜어 스무 날 성을 쌓고 가게 하면 민정도 또한 편하게 여길 듯하다. 이제 얼음 어는 철에는 비록 가벼이 일으킬 수 없으나, 미리 헤아려 그 넓고 좁음을 알고 그 인력의 많고 적음을 셈하여 내년 봄에 쌓기 시작하여도 무방하니 아울러 헤아려 보고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