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 순찰사와 남병사에게 보낸 글移咸鏡道巡察使及南兵使文
自古爲政寬猛相濟務在得宜不可偏廢然若亂離之後小民蕩析流離之際則必須弔死問生慈祥惻怛使民心懷再生之意邦本無動搖之憂然後他餘措置之事可以次第擧行况本道則道里隔遠。王化不沾如南道三水甲山等處北道六鎭列邑接連山戎風俗强勁龍蛇赤子在於撫綏之如何變生以後些少人民死於兵戎死於飢饉者固已十八九矣當此之時守令邊將若不進心撫輯視之如傷而更以煩苛之政繩之則非徒塞下之民怨咨必深而藩胡叛服之形亦將因此而有異機關所係至爲關重朝廷遠於千里之外雖有仁民之令愛物之澤而無路可究使遠方赤子嗷嗷於邊鎭剝割侵毒之中則邦本何自而固民弊何自而去哉道內之事有監司兵使自當隨所聞見便宜處置以紓民瘼然守令邊將一日之間所以弊及於民者如牛毛蠶絲監司兵使或有未能盡知者。朝廷雖別遣。御史而耳目多未導達皆爲可憂當職承此重任遠處措置之事難以懸度亦必自本道所已施行無煩於告說若邊塞軍民弊瘼未能盡無則雖欲責之以親上死長之事其道無由爲此先爲知委更加申勅列邑遵依施行
예로부터 정사를 하는 데는 너그러움과 사나움이 서로 도와 마땅함을 얻기에 힘쓸 것이요 한쪽을 버릴 수 없다. 그러나 난리 뒤에 백성이 흩어져 떠도는 때라면, 반드시 죽은 이를 조상하고 산 이를 위문하며 자상하고 애틋하게 하여 민심이 다시 살아난다는 뜻을 품게 하고, 나라의 근본에 흔들릴 근심이 없게 한 뒤에야 그 밖의 조치할 일을 차례로 거행할 수 있다.
하물며 본도는 길이 멀어 임금의 교화가 젖지 못한다. 남도의 삼수·갑산 등지와 북도 육진의 여러 고을은 산의 오랑캐와 잇닿아 있고 풍속이 굳세니, 임진·계사년을 겪은 어린 백성은 어루만져 편안하게 하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변이 난 뒤로 얼마 안 되는 백성으로 병란에 죽고 굶주림에 죽은 자가 진실로 이미 열에 여덟아홉이다.
이때를 당하여 수령과 변장이 만일 마음을 다해 어루만져 모으고 다친 사람 보듯 하지 않고 다시 번거롭고 가혹한 정사로 얽어맨다면, 변방 아래 백성의 원망이 반드시 깊을 뿐 아니라 번호(藩胡)가 배반하고 복종하는 형세도 장차 이로 말미암아 달라질 것이니 그 고비에 매인 바가 지극히 중하다. 조정은 천 리 밖에 멀리 있어 비록 백성을 어질게 여기는 명과 물건을 아끼는 은택이 있어도 궁구할 길이 없다. 먼 곳의 어린 백성으로 하여금 변진에서 벗기고 깎고 침노하여 해치는 가운데 울부짖게 한다면, 나라의 근본이 무엇으로 굳어지며 백성의 폐단이 무엇으로 없어지겠는가.
도 안의 일은 감사와 병사가 있어 스스로 마땅히 듣고 본 바를 따라 편의대로 처치하여 백성의 앓는 바를 풀 것이다. 그러나 수령과 변장이 하루 사이에 백성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 쇠털과 누에실처럼 많아 감사와 병사가 더러 다 알지 못하는 것이 있고, 조정이 비록 따로 어사를 보내어도 귀와 눈이 통하지 못하는 것이 많으니 다 근심할 만하다.
체찰사인 나는 이 무거운 임무를 받았으나 먼 곳에서 조치할 일은 멀리 헤아리기 어렵고, 또한 반드시 본도에서 이미 시행한 바가 있을 것이니 말로 알림을 번거롭게 할 것이 없다. 만일 변방 군민의 폐단이 다 없어지지 못하면, 비록 윗사람을 친히 여기고 어른을 위해 죽는 일로 책망하고자 한들 그 길이 없다. 이 때문에 먼저 알리니 다시 거듭 단속하여 여러 고을이 좇아 시행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