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징비록 › 권16 군문등록

황해도 관찰사에게 보낸 글移黃海道巡察使文

징비록 懲毖錄 · 류성룡(柳成龍) · 1633년 간행 (임진왜란 뒤 지음) · 단락 1 · 한자 366자 · 낭독 2.9분

징비록 권16 군문등록 임진왜란이 끝난 뒤 영의정 류성룡이 제 눈으로 본 것을 적어 남긴 기록. 「지난 일을 징계하여 뒷근심을 삼간다」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다.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조정이 무엇을 놓쳤는지를 변명 없이 적었다. 이순신을 천거한 일, 명나라 군사와의 실랑이, 백성이 겪은 참상이 그대로 실렸다.

兵興以後調發轉運之事百倍於常時民生之困悴已不可言至於山中僧人亦皆被侵於築城等役不得休息僧人本非有根着恒居人若逃亡無去處則必以一族切隣轉輾侵擾使動鈴販賣等事不得如意流散甚多諸刹一空加以守令不爲撫恤凡千官中雜役造紙造醬等事無不侵責於此輩自摠攝設立之後依憑官令中間被侵之事又非一二以此僧役之苦又甚於平民怨苦之狀有不忍聞僧雖逃役遊手之人然其生理頓絕則壯者化爲盜賊弱者顚仆溝壑寧不矜惻今後申勅守令所在諸寺僧人各別完護撫集勿以法外非理之事侵責致怨築城等事亦觀勢相時如秋冬僧人動鈴資活之時勿爲服役一處赴役之人量其赴役日數多少卽給完護之帖一年之內毋得再役於他處其中如有名爲摠攝之令而依憑作弊汎濫者所在官隨其告訴或有所聞逐一治罪禁斷使其含生之類各有安集之樂將此事意急速曉諭道內於諸寺牆壁門間皆爲大書張榜使各僧無不聞知本道常常檢勅以袪弊端事十分詳審擧行

군사가 일어난 뒤로 조발하고 실어 나르는 일이 평시보다 백 배라, 백성의 시달림은 이미 말로 다 할 수 없다. 산중 승려에 이르러서도 다 성 쌓는 따위 역에 끌려 쉬지 못한다.

승려는 본디 뿌리박고 늘 사는 사람이 아니라, 달아나 갈 곳이 없으면 반드시 그 일가와 가까운 이웃에게 돌려 가며 채근한다. 동령과 장사 따위를 뜻대로 하지 못하게 하니 흩어짐이 심히 많아 여러 절이 온통 비었다. 게다가 수령이 어루만져 돌보지 않고, 무릇 관가의 온갖 잡역이며 종이 뜨고 장 담그는 일까지 이 무리에게 떠넘기지 않음이 없다. 총섭을 세운 뒤로는 관가의 영을 빙자하여 중간에서 침탈하는 일이 또 한둘이 아니다. 이로써 승려의 역이 도리어 평민보다 괴로우니, 원망하고 괴로워하는 모양을 차마 듣지 못하겠다.

승려가 비록 역을 피해 놀고먹는 사람이라 하나, 그 살 길이 아주 끊기면 굳센 자는 도적이 되고 약한 자는 구렁에 엎어지니 어찌 가엾지 않겠는가.

이제부터 수령을 신칙하여, 있는 곳마다 여러 절의 승려를 각별히 온전히 보호하고 어루만져 모으되, 법 밖의 도리 아닌 일로 채근하여 원망을 사지 말게 하라. 성 쌓는 따위 일도 형세를 보고 때를 살펴, 가을 겨울 승려가 동령으로 살아가는 때에는 역을 지우지 말라. 한 곳에 역을 나간 사람은 그 나간 날수의 많고 적음을 헤아려 곧 완호첩을 주고, 한 해 안에는 다른 곳에서 다시 역을 지우지 못하게 하라.

그 가운데 총섭의 영이라 이름하고 이를 빙자해 폐단을 지어 함부로 하는 자가 있으면, 그곳 관가가 고소를 따라, 또 혹 들은 바가 있거든 하나하나 죄를 다스려 금단하라. 목숨 붙은 무리가 저마다 편히 모여 사는 즐거움이 있게 하라.

이 뜻을 급속히 도내에 알리고, 여러 절의 담벽과 문간에 다 크게 써 방을 붙여 승려마다 듣고 알지 못함이 없게 하라. 본도는 늘 살피고 신칙하여 폐단을 없애는 일을 십분 자세히 살펴 거행하라.

협주 2

「동령(動鈴)」은 승려가 방울을 흔들며 집집을 돌아 얻던 일, 곧 동냥이다.

「완호첩(完護帖)」은 역을 거듭 지우지 않겠다고 관가에서 주던 문서다.